보도 자료

2400쪽 자료 1시간 만에 분석… 법률 AI 아이렉스 활용 사례

‘초기에는 범행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만남 자체를 부인했으나 피해자의 유품이 자택 금고에서 발견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의도적 허위 진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약 2400쪽 분량의 형사사건 자료를 법률 인공지능(AI) ‘아이렉스’에 입력하자 흩어져 있던 증거자료가 1시간여 만에 자동으로 분류됐다. ‘진술 분석’ 탭을 누르자 조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진술 변화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아이렉스는 가해자의 초기 진술과 바뀐 진술을 모두 제시하며 ‘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 허위 진술’이라고 분석했다. AI가 없었다면 수일이 걸렸을 일이 1시간 만에 끝났다.

‘기술 불모지’로 여겨진 법조계에서 AI 도입 붐이 일고 있다. 상용 AI 서비스인 챗GPT가 2022년 11월 처음 등장했지만 상용 법률 AI 서비스는 2년이 지난 2024년 7월에야 출시됐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법률 분야 AI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최초 상용 법률 AI 서비스 ‘슈퍼로이어’는 출시 22개월 만에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가입자 3만여명을 확보했다. 2026년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의 약 78%다.


법률 AI는 단순 요약·정리를 넘어 사람처럼 일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리걸테크 스타트업 A2D2 사무실에서 법률 AI 서비스 ‘아이렉스’ 시연을 지켜봤다. 사용된 사례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 내용을 각색해 만든 가상의 형사사건이었다. 통상의 형사사건 기록 분량인 2400여쪽의 자료를 투입하자 아이렉스는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뿐만 아니라 얽히고설킨 피고인 5명 간의 관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해 보여줬다. 김정환 A2D2 사업개발팀장은 8일 “이 기능 때문에 돈 주고 쓴다는 변호사들이 많다”며 “3000쪽 미만 자료는 1시간, 2만~3만쪽 자료는 2~3일이면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A2D2에서 최고법무책임자(CLO·Chief Legal Officer)를 맡은 이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실무에서 여러 AI를 사용하다 보면 전반적인 내용 정리는 잘 되는데, 소송 전략에 따른 강약을 서면 작성에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변호사의 의도를 반영해 서면을 작성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하이라이팅’ 기능이다. 자료 중 필요한 부분을 드래그한 뒤 ‘강화’ ‘반박’ 등 태그를 클릭하면 AI가 그 의도를 반영해 강약 조절이 담긴 서면을 작성한다.


‘AI 환각’, 교차검증으로 극복


물론 AI의 등장으로 과거에 없었던 문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AI 할루시네이션’이 대표적이다. AI 환각이라고도 불리는데, 법률 AI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법령 등을 근거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점이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다. 상용 AI를 활용한 이른바 ‘나 홀로 소송’이 늘어나면서 AI가 실재하지 않는 ‘유령 판례’를 찾아주고 이를 이용자가 그대로 믿으면서 재판에서 혼란이 벌어지는 사례가 종종 법정에서 벌어진다.

법률 AI 업체들은 교차검증을 통해 이런 오류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예컨대 아이렉스의 경우 5개의 레이어를 쌓아 각 층의 AI 5개가 서로의 답변을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교정한다. 또 다른 법률 AI 슈퍼로이어는 AI 환각 최소화를 위해 AI가 만든 답변에 포함된 판례나 법령은 하이퍼링크를 제공해 원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한다.

변호사들이 우려하는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도 최소화했다. 대부분의 리걸테크 업체들은 AI 모델 학습에 사용자가 넣은 문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아이렉스는 각각의 변호사나 로펌이 폐쇄된 네트워크를 사용해 다른 사용자는 물론 임직원·개발자도 개별 사건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슈퍼로이어도 이용자가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데이터 전송 과정도 암호화 방식으로 보호해 유출 우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법조인→일반인, 확장 노린다


성능 발전에 따라 법률 AI는 초기 주고객층이던 변호사업계를 넘어 법조계 내외로 이용층을 넓혀가고 있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실제 진행 중인 사건 데이터를 상용 법률 AI에 넣어 활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판례 검색에는 매우 유용해 그것을 구독해 사용하는 판사도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민사소송 지원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 기업 법무팀에서도 연락이 온다”며 “기업 간 계약 관계 등에서 법률 AI 서비스가 해줄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률 AI 특성상 확장성 문제가 한계로 거론된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이가 법률 상담 등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AI의 고소장 자동 작성 관련 판례에서 “이용자가 텍스트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연관 문서를 선택·작성해 주는 방식은 단순한 문서 양식의 디지털화 차원을 넘어 ‘사건에 관한 법률관계 문서 작성 또는 그 밖의 법률 사무 취급’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률 조력자 차원에서 한정된 법률 AI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식의 확장 대안이 제시된다. 김 팀장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소송이 늘어나는데,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며 “단순 판례 검색이나 사건 타임라인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등 당사자에게 본인 사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기능만 떼어내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804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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